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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국내영화

1942년 경성 공포,멜로물 영화 기담

by bo-eun74 2025.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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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영화 포스터

1. 스토리

현재 시점의 노인 정남의 모습을 비춰주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미 노인이라서 딸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박정남이 의대생 2학년 때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첫 번째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남은 본디 미술을 전공하고 싶으나 안생병원 원장의 물질적인 지원뿐 아니라 자신의 딸과 결혼까지 권유할 정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박정남은 부담스러워하면도 결국에는 미술 대신 의학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러한 원장의 강권으로 정략결혼까지 예정된 상태에서 정남은 1주일간 시신 보관소 당직을 서게 되고, 때마침 병원에 실려온 미모의 여고생의 시체에 마음이 갔습니다. 이 시체는 물에 빠져 얼어 죽었다는데, 그 때문인지 시체는 별다른 상처 없이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정남은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시체 앞에서 털어놓곤 했습니다. 그 무렵 원장이 자기 사무실에서 무언가 수상한 의식을 치르는 모습이 목격되는데, 비슷한 시기에 정남은 자신의 환상 속에서 여고생 소녀와 정사까지 치르고 아이까지 낳으면서 맺어지는 환영을 체험합니다.

2. 안생병원

영화 기담 시점으로 4일째 되던 날에 갑자기 폐쇄됐지만 37년간 흉물로 방치되다가 1979년 10월이 돼서야 철거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병원의 전문의들이 다 죽는 사건이 벌어졌고, 그중 한 명은 이곳에 오자마자 미쳐서 연쇄살인을 일으키다 자살까지 했습니다. 또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또 다른 전문의인 원장은 산 사람과의 영혼결혼식이라는 해서는 안 될 무속 행위를 했는데, 만약 이때 쓰인 제단을 미처 치우지 못했었다면 당연히 건물을 수사하는 일본 경찰에게 발견되었을 것입니다. 병원 전문의가 한 번에 모두 죽었으니 병원 폐쇄는 당연하고, 병원 안에 제단이 발견되거나 병원이 폐쇄되기 하루 전에 아무도 없는 영안실에서 여자가 우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있었으며, 병원장 집안이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고 의사가 미쳐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다가 자살하는 등등 괴담이 퍼지기 딱 좋은 환경까지 조성되었으니 안생병원을 철거하려 나서는 이들도 없었을 것입니다. 공식적으로도 안생병원을 철거하려 했지만, 인부들이 거부하는 바람에 철거하지 못했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3. 평가

영화 기담은 한국 공포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숨겨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고괴담 1~2편, 장화, 홍련, 알 포인트, 불신지옥과 더불어 한국 호러 영화 추천 목록에 빼먹지 않고 등장할 정도. 하지만 최종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쉬운 678,546명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감독 다음 영화인 곤지암이 개봉 닷새만에 전국 136만 명, 최종적으로 역대 한국 공포 영화 관객 2위를 기록해 흥행에 성공합니다. 공 괴롭게도 상영당시에는 디워와 화려한 휴가 때문에 개봉관을 잡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예 관객들이 기담 좀 보자고 서명운동까지 했고 실제로 상영관이 추가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4. 여담

영화 기담의 주 배경인 '안생'은 '편안한 삶'이라는 뜻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안생병원 관계자로 등장한 주연들 대부분이 불행한 인생을 살다가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으며, 유일하게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있었던 정남 역시 안생병원에 오는 도중 부모를 잃었던 적이 있는 데다 2번이나 사별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정범식 감독이 방구석 1열에서 말하길 이는 의도한 것이며, 영화에서 나오는 안생은 단순히 편안한 인생, 병원 이름, 병원장의 딸 이름이 아니라 시대에 순응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며, 주연들은 시대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락한 삶만을 누리려 했기에 비극을 맞았습니다.

5. 마무리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영화 기담은 엄연히 멜로 로맨스물입니다. 그 때문인지 주요 등장인물의 서사에 사랑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사랑은 결국 어딘가 일그러졌거나 파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박정남이 아오이에게 가진 애정은 네크로필리아에 해당되며, 딸을 사랑했지만 이해하지는 못했던 안생병원 원장의 모성애는 결국 아오이를 죽게 하고 박정남의 인생까지 망쳐놓고 말았습니다. 엄마를 향한 아사코의 애정은 엄마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혼란 속에 새아빠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변질되거나, 김인영은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정신병을 앓게 되었고 결국 연쇄살인마가 됩니다. 교통사고에서 딸을 감싸 지켜주었고 딸이 죄책감을 가질까 봐 걱정해 죽은 후에도 계속 딸을 찾아와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한 아사코의 엄마, 아사코의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아사코를 친딸처럼 아낀 온 지 코코로,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려다 죽은 김동원의 사랑은 정상적이었긴 하나 결국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본인의 애정이 파멸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았고 일그러진 형태도 아니었던 등장인물은 이수인 하나뿐이었습니다.